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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커피 (Bacha Coffee) 해외지점이 싱가폴에 처음 생긴다고 소문나고 아이온(ION) 몰에 개장을 했을 때, 다들 그렇듯이 나 또한 TWG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리석 바닥에 아름다운 커피틴들로 가득한 벽과 로모노스프 그릇들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티팟세트, 수백가지는 될법한 커피종류와 디저트 카페까지 바샤커피가 전체적으로 오렌지 톤을 내새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타일링이나 마케팅방식이 TWG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다. 

 

 

Bacha Coffee 

 

 

 

 

TWG 마리나베이샌즈 매장

 

모로코의 상업도시인 마라케시에 위치한 "다 엘 바샤 팰리스" (Der el bacha palace)는 1910년에 지어져 세계 유명인들과 예술가, 여행자들이 다녀가며 아라비카 커피를 즐긴 유명한 커피하우스였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후 60여년을 닫혀있다가, 이 곳이 다시 새로운 스토리를 업고 개장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현재의 바샤커피의 유래이다. 그러니 사실 바샤커피 브랜드 자체가 100년이 넘은 게 아니라, 마라케시라는 이국적 도시의 이미지와 다 엘 바샤 펠리스라는 건물의 100여년의 역사를 사업적인 스토리텔링의 주제로 가져와 새 커피 브랜드에 입혀 각색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알고보니 공동창립자가 Taha Bouqdib이라는 모로코계 프랑스인인데 이 사람이 TWG의 소유자이기도 하니 그 마케팅 방식의 유사함이 이유가 있었다. 2007년에 설립된 TWG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1837라는 숫자도 싱가포르섬에서 차무역이 시작된 해라는데 그걸 브랜드의 스토리와 엮어 TWG가 새로 생긴 신생 고급차 브랜드가 아닌 역사를 지닌 브랜드같은 이미지를 덧입히는데 성공하지 않았나.

 

 

Taha Bouqdib... 꽤 젊으시던데.. 똑똑하시기까지..

 

 

이런 마케팅을 모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싱가폴의 로컬 하이 티 가격또한 TWG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P.S. cafe에도 납품되는 ETTE tea나 Gryphone tea 등도 TWG와 가격이 비슷하다. 솔직히 가성비 좋은 맛을 보여주는 브랜드들, 예를 들어 트와이닝이라던가 딜마, 스리랑카 차들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약간 과한 느낌도 없지않다.

 

여기까지 보면 필자는 저런 마케팅에 넘어가지 않는 이성적인 소비자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야.... 하지만 난 저런 스토리텔링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ㅋㅋㅋ 게다가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싱가폴 와서 처음 호커센터 가서 메뉴판에 당기는 것마다 주문해서 두 명이 100달러 넘는 식사를 하곤 했었다;; (참고로 호커센터는 해산물을 먹는게 아니라면 20달러내외의 식사가 적당한 곳이다.) 다 주문해보고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ㅋㅋ

 

바샤커피 이야기를 한 김에 나의 호구 쇼핑을 풀어본다. 작년 12월, 브랜드마다 어마어마한 할인시기가 있었고, 그 때 바샤커피도 그랬다. 이때다 싶어 당시 꽤 많은 박스를 질렀으나 이제는 최애 몇 박스만 남은 상황. 당시 구입한 대부분은 맛 본 걸로 만족이긴 했다. (세상에 신선하고 맛있는 드립커피는 너무 많단 말이지...)

 

내가 다음에 혹시 기회가 또 오면 재구매할 의사가 있는 건 싱가포르 모닝 (Singapore Morning), 세빌 오렌지(Seville Orange), 톨테카 초컬릿 (Telteca Cholocate)이다. 이 셋은 향도 좋았지만 내린 후 맛까지 깔끔해서 내 베스트에 올랐다. 한 번 내리면 남긴 적이 없음.. 유명한 밀라노 모닝이나 카라멜로 모닝은 나한테는 뒷맛이 깨끗한 편은 아니었던 거 같다. 손님들이 오셔서 내려드리면 열의 여덟은 무조건 물을 더 달라고 했던... ㅎㅎㅎ 내 빈약한 드립 솜씨도 있었겠지..... 1910 커피는 바샤의 시그니쳐 커피답게 무난했지만 내겐 큰 개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타하 부딥 슨상님. 어디 테이스터 인턴 자리 없는지요...
이 화려하게 감싸는 압도적인 금박장식. 이 맛에 돈쓰는거임.
불필요하게 빳빳하고 친절한 설명서. 그래도 선물할 땐 좋아

 

 

드립안에 원두양이 보통 12그람인데, 시중의 드립팩 커피보다는 원두 양이 조금 많은 듯하다. 신선한 원두의 향이 살아있는 드립커피를 좋아한다면 살짝 실망할 수 있다. 퀵으로 만들 수 있고, 가성비 좋은 믹스형 원두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연유나 시럽을 넣은 당충만한 커피를 사랑하시는 분들, 남이 타준 커피를 제일 좋아하는 손가락 까닥도 귀찮다 스타일의 상사분들께 굳이 선물용으로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수납장에 처박힐수도... 우리 친정에 비행기 타고 날아간 바샤커피들이 현재 그러하다...드립봉투 뜯다가 가루 떨어지는 거나 앉아서 5분이상 커피 내리는거 매우 귀찮아하심.) 그런 분들은 차라리 TWG처럼 깔끔하게 입가심해주는 티백형 차가 나음.

 

그러나 헤이즐넛 커피 같은 인공향이 가미된 커피를 좋아하는 분, 일주일에 한두번 갬성충만이 필요한 언니오빠들은 오렌지향이 감도는 세빌 오렌지, 싱가포르 모닝이나 카라멜 향이 진한 카라멜로 모닝, 밀라노 모닝이 좋을 듯 하다. 살짝 향이 가미되어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고급스런 커피향으로 사무실에 들어온 동료들이 다들 이거 뭐야, 거실에 나온 애들이 엄마 아빠 혼자만 뭐먹어를 물어볼 것이다.

더구나 쇼핑할 때 종이백 후질근한 거 주면 확 짜증나는 배만큼 배꼽도 소중한 언니 오빠들은 바샤커피의 봉투를 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야. TWG 봉투는 한번 쓰면 구깃구깃해지는 게 쓰레기통으로 가야하는데, 바샤커피 봉투는 선물용은 물론 그냥 물건 담는 용으로 쓰더라도 날 후질근하게 만들지 않는다. 계란 하나를 나눠주더라도 바샤커피 봉투에 주는 이웃언니들은 센스쟁이임. ㅋㅋㅋ 아줌마들에게는 이런 것도 은근 신경쓰이는 뽀인뜨란 말이지.. 

 

 

 

오늘의 교훈.

1. 스토리텔링은 남의 이야기도 내 것처럼 들리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2. 역시 커피는 남이 사/타 주는 게 맛있다. 

3. 배꼽도 배만큼 소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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