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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캐닝파크 (Fort Canning Park)


오늘 방문해 볼 곳은 14세기 말레이 왕국이 지배하던 곳이자, 19세기 영국군의 요새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일본군에게 항복해야했던 좁아서 요새답지 않은 요새로 무시받았던 곳, 한 때는 클락키 항구 정착인들의 공동묘지였고, 현대엔 여러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는 곳, 포트캐닝파크이다. 

 

외국인들은 싱가포르의 공원하면 보타닉 가든을 먼저 떠올린다.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사실 매우 아름다운 곳이지만, 싱가포르에 사는 나에겐 보타닉 가든이 1순위는 아니다. 도리어 싱가포르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포트캐닝파크가 더 매력적인 장소일수도 있다. 

 

싱가포르 네셔널뮤지엄 근처에 있는 이 곳은 입구가 여러곳이다. 포트캐닝역은 아이들 놀이터가 가깝고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접근이 조금 수월한 편이고, 클락키 입구는 높은 계단을 만나게 되니 그리 추천하진 못하겠다. 도비곳역 입구는 먹을거리가 많은 싱가푸라 플라자가 근처에 있고, 포트캐닝파크의 떠오르는 포토존인 나선형 계단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여기가 처음에 시작하기엔 무난할 거 같다. 

 

 

 

 

포트캐닝파크 터널에서 포트캐닝파트로 입구로 이어지는 계단. 핫포토존이라 늘 사진찍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터널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손흔들어 인사해주는 듯한 나무 한그루  

 

 

 

포트캐닝파크는 당시 번성했던 클락키 무역항구에 정착했던 크리스천들의 공동묘지이기도 했다. 언뜻보면 돌담길 같은 이 길의 담벼락에는 당시 사망한 사람들의 기록이 적혀있다. 옛날 사람들의 수명이 짧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고인 중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다. 먼저 떠나간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남겨진 사람들의 애틋하고 비통한 마음을 표현한 짧은 문구를 읽다보니 숙연해지고 마음이 아려온다.  

 

 

 

 

 

 

 

 

포트캐닝파크를 걷다보면 넓은 잔디와 군데군데 빈티지한 가지보들이 나타나는데 이 곳이 클래식 콘서트 등이 자주 열리는 일종의 문화센터이다.  

 

 

 

 

포트캐닝파크에는 클락키 항구를 이용하는 선박들의 중요한 이정표였던 등대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그 등대 주변에 래플즈정원이 있다. 래플즈경이 수집했다는 묘목이나 식물들이 전시된 정원이다. 포트캐닝파크에는 9개의 작은 정원이 있는데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독특한 정원의 구성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현대 싱가포르의 아버지인 래플즈 경의 정원. 수목이 정말 아름답다.
Sang Nila Utama Garden. 상닐라우타마 공원. 말레이 전통 공원양식을 재연했는데 양 옆으로 대칭적 레이아웃을 보여주고 있고, 중간 중간 게이트가 있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중간에 작은 호수는 명상과 수양의 공간이라고. 

 

 

포트캐닝파크는 이름대로 1861년부터 1926년까지 요새로 기능했었기에 중간중간 흔적이 남아있다. 해상 공격이 있을 시 싱가포르섬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자 당시 유럽인들의 피난처이기도 했던 곳이다. 언급하였던 당시 크리스찬들의 묘지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래 사진의 포트 게이트 위에는 "IHS", Iota Eta Sigma라는 예수를 의미하는 글자의 약자가 적혀있다. 

 

 

Fort Gate
이 길을 따라가면 기습공격을 위해 사용된 지하벙커가 나온다.
Sally Port라는 지하벙커 입구. 포트캐닝에는 기습공격을 위한 이러한 벙커가 3개가 있다고 한다.

 

 

포트캐닝파크 둘레에는 클락키 전체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클락키에서 이 산책로로 이어지는 우회길도 있다. 저녁에 클락키의 불이 하나 둘 켜질 때 이 공원을 거닐면 운치있는 산책코스가 될 것 같다.  나는 이 풍경을 보며 맥주 한 캔 따고 싶었지만...ㅋㅋ 

 

 

 

포트캐닝파크에서 보이는 클락키 풍경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어 포트캐닝파크에서 열리는 공연을 감상하며 클락키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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